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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빠의 육아 일기/육아 열전

[아육일]우리집, 민주주의 서막을 알리다.

by 나중된자 2020. 9. 29.

 

 

때는 9월 28일 7시가 넘어가는 저녁, 


밥을 먹고 아이들이 엄마에게 재밋는 것을 보고, 게임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때 엄마는 한호흡도 쉬지 않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7시 이후에는 미디어 금지야!" 


나도 처음듣는 규칙이였다. 


그동안 없었던 법이 엄마의 한마디로 갑자기 생겨났다.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상원이가 때를 써보았지만 


엄마는 이것은 너희의 눈과 뇌를 보호하기 위한 처사였다고 단언했다. 


협상의 여지는 없었다. 


저녁 7시 이후 미디어 금지령에 아이들은 그져 순응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절망의 순간에 그것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던 내가 나섰다. 


"자~ 이제 우리집에서 7시 미디어 금지령에 관한 회의와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아빠 회의가 모야?", 상원이가 물었다. 


"응 회의란,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 쉬운 말로 알아듣기 쉽게 얘기하는 거야. 이때는 울면서 얘기하거나 화를 내면 안돼, 자기의 생각이 왜 그런지 논리적으로 이야기 해야돼..알았지?"


상원이가 회의에 대해서 정확이 이해했는지는 모르지만, 회의를 당장 하겠다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우리집에서 첫번째 정식적인 회의를 진행했다. 


먼저 엄마에게 발언건을 주었다. 


엄마는 7시 이후에 미디어를 보면 뇌가 파래져서 깊은 잠을 자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이게 다 너희들을 위해서 결정한 일이라고 주장을 되풀이 했다. 


이제 상원이의 차례였다. 


상원이는 얼컥한 얼굴로 말을 잘 잇지 못했다. 


"상원아 울면 안돼, 너의 생각을 잘 말해야돼."


상원이는 감정을 꾹꾹 눌러가며 말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혼자 갑자기 규칙을 만든게 난 억울한거 같애.."


짧은 발언이였지만 옆에 앉았있던 5살 예원이와 


170일 시원이를 안고 서 있는 43살 아빠를 감동시키기에는 충분한 발언이였다. 


A4 종이를 4등분해서 앉은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자 이제 투표를 하겠습니다. 7시 미디어 금지령 폐지를 원하시는 분은 동그라미를 

7시 미디어 금지령 폐지를 반대하시는 분은 엑스를 하시면 됩니다."


아이들에게 비밀투표라고 했다. 


우리 식구 모두 뒤를 돌아 자신의 의견을 표에 담았다. 



자 이제 대망의 투표결과를 공표하는 시간이였다. 


첫번째 개표, 엑스가 나왔다. 아이들은 실망한 표정이였다. 


하얀색 칠판에 엑스 한표를 그었다. 


두번째 개표, 동그라미가 나왔다. 아이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새번째 개표. 역시 동그라미가 나왔다. 아이들 입에서 환호가 튀어 나왔다!


마지막 개표, 마지막 개표를 앞두고 말했다. 


"만약 이 한표가 동그라미라면 7시 미디어 금지령은 없어지지만 그렇지 않고 

만약 엑스가 나온다면 우리는 또다시 회의를 하게 될 겁니다. 자 이제 마지막 

개표를 하겠습니다."


표를 천천히 열면서 아이들을 얼굴을 보았다. 아이들은 두 눈을 

나의 손에서 때지 않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 아이들의 염원이 느껴졌다. 


" 마지막 결과는!!!!


동그라미!!"



아이들은 일어나 승리를 외쳤다. 


어제 사건은 민주절차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이 


가정안에서 관철된 첫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나도 이런 멋진 회의를 진행한 내 자신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역시 난 멋진 아빠야."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엄마는 가족의 결정을 깨끗하게 인정했다.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많은 규칙이 있다. 


큐티와 피아노를 끝낸 다음에 게임얘기를 할 수 있고, 


아빠 출근전에는 게임, 미디어를 볼 수 없고,


게임30분을 하기 위해서는 성경 3장을 읽어야 한다. 


내가 볼 땐 좀 가혹?하게 느껴지지만 아이들은 이 규칙안에서


자유를 누린다. 



아이들이 참 많이 컸다. 특히 상원이가 많이 컷다. 


많은 것을 느끼고 표현한다. 그 덕에 예원이도 빨리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