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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빠의 육아 일기/매일 보고서

거북이 키우기

by 나중된자 2019. 2. 13.

난 무언가를 기르겠다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마트에서 아이들과 물고기를 보다가 아들이 거북이를 길러보겠다고 했다. 


거북이.. ?


내가 잠시 주저하는 모습에 그렁그렁해진 아들의 두눈을 보면서 마음이 약해졌다. 

"그럼 약속 하나 하자 이 거북이는 이제 네 동생이니까 

네가 밥도 주고 물도 갈아줘야 해 알았지?"

"네!"

그리고 그 약속은 


그날 반나절만 지켜졌다. 


집안에 3만원짜리 거북이를 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밖에..


가끔씩 거북이를 처다보면 나와 눈이 마주칠 때가 있다. 

'정말 날 보고 있었던 걸까?'

내가 이쪽으로 가면 이쪽을 쳐다보고 

저쪽으로 가면 저쪽을 쳐다본다. 

'날 보고 있었구나..'

'언제부터 날 보고 있었니?'

거북이게 마른 새우를 줘보니 잘 받아 먹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니, 가족들 보다 

추운 거실, 플라스틱 어항에서 혼자 밤을 지새야 하는 거북이가 더 걱정됐다.

그 흔한 어항히터도 없는데 얼어죽으면 어떻하지? 

밤에 몰래 나와 거북이 어항물에 손가락을 담가보니 

'차가웠다.'


'거북이 키우기'를 검색해 보니 

다른 집은 거북이를 따뜻하라고 

램프를 하나씩 켜주고 있었다. 

그래..램프..

인터넷으로 주문한 거북이 램프가 왔다. 

처음에는 빛을 피해 다녀서 걱정했다.

'거북이들은 이런 빛을 좋아한다던데.. 

어렸을 때 부터 좁은 어항속에서 자라 혹시 

본능을 상실한 것은 아닐까?'


램프를 설치하고 3일째 되는 날


드디어

일광욕을 시작했다. 

아. 거북아.. 따뜻하지? 

거북아, 친구 사줄께.. 

혼자 1년동안 외로웠지? 

미안해.. 우리 함께 잘 살아보자.


#거북아미안해 #거북이랑친해직기 #소울매이트 #아들아고마워 #엉덩이따뜻하니?

#거북이너무비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