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퇴근하고 나면 7시 20분쯤 집에 도착한다. 씻고 저녁식사를 마치면 8시다. 나도 피곤하고 아이들도 곧 씻고 자야할 시간이다. 상원이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밥먹고 혼자 유튜브보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내방에 가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마우스를 요리조리 움직여 가며 방송 한편 한편을 아직 정성껏 본다.
그제에는 그림 그리기를 했다. 난 매일 그리는 내 그림이 지겨워서 몇일 전 5분 스케치라는 책에서 나왔던 이미지들이 생각나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그 그림들을 따라 그려주었다. 스마프톤에 있는 그림들이 스케치북에 하나 둘 옮겨지는 것을 보면서 상원이가 꽤나 신기했나 보다. 그리고 거기다가 색연필로 색깔까지 칠하니까 그럴 듯 했다. 상원이가 점점 더 기분이 좋아지더니 자기가 직접 그려보겠다고 했다. 상원이가 그린 조각 조각 그림을 색색이 색칠해 주었다. 그것마저도 그럴 듯 하게 보였다.
상원이가 갑자기 나에게 말했다. "아빠가 선생님 해~"
그래서 내가 선생님이 되었다. 자기 만든 상황극 속에서 상원이는 학생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 내고 있었다. 씻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엄마는 상원이의 밝은 모습에 그 모습을 응원하며 지켜봐주었다.
글씨를 또박또박 써내려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간단한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것도 마음에 큰 힐링이 된다.
아래의 그림은 내가 아내앞에서 패드위에 즉석해서 따라그린 양 그림이다.
그럴싸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