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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영어 안내 목소리 주인공

by 나중된자 2008.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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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녀라고요?, '녀'=녀석,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지난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코너를 보던 시청자들은 갈색 눈, 갈색 머리의 어여쁜 '외국 여성'이 '미녀'란 말로 재치있게 2행시를 짓는 걸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을 법하다.

EBS의 인기 영어강사 리사 켈리(26). 영어공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의 얼굴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무려 12년째 이런저런 영어교육 프로에 꾸준히 모습을 비춰왔기 때문이다.

"처음엔 어린이 대상 영어교육 프로의 진행자로 출발했어요. 그전에 서울외국인학교의 졸업 앨범을 본 연예계 관계자들이 무수히 연락해 왔지만 부모님께서 모두 거절하셨죠. 그러나 교육 프로는 나름대로 교육적이겠다 싶으셨던지 출연을 허락하셨어요."

보수적인 부모님 때문에 TV 출연은 제한됐지만 얼굴이 드러나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하는 활동은 좀 더 폭 넓게 해왔다. '룩스 굿(Looks Good)'으로 시작하는 모 휴대전화 회사의 광고를 비롯해 수많은 광고 및 기업체의 해외홍보 영상물에서 영어 내레이션을 도맡았다.

서울시 지하철에서 들을 수 있는 '이번 역은 ××역입니다(This stop is ××)'라고 하는 영어 안내방송의 목소리도 대부분 자신의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의 얼굴보다는 목소리가 훨씬 귀에 익다.

사실 켈리는 순수한 외국인은 아니다. 아버지가 미국인이고 미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어머니가 한국인인 혼혈이다.

"집에서 영어를 쓰다보니 처음에는 한국어를 전혀 못했어요. 방송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마디씩 배워가다 10대 후반이 돼서야 그럭저럭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죠."

그러나 '아직 말도 느리고, 읽기와 쓰기는 초등학생 수준'이라는 겸손한 말과는 달리 동네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잘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려낼 만큼 한국어 실력도 유창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래서 EBS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육 프로 '잉글리시 카페''고고 기글즈'에 출연하는 동시에 아리랑TV에선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렛츠 스피크 코리안'을 진행하고 있다.

종종 한.미 양국 간에 불편한 상황이 생길 때도 "으레 한국편을 들게 된다"는 그는 "한국의 영어교육 분야에서 큰 인물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shiny@joongang.co.kr>